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대통합민주신당의 정치노선 갈등에 관한 기사(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261661.html)가 실렸다. 현재 신당은 지도부 구성을 두고 내부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데 이번 지도부 선출이 앞으로 신당이 나아가야 할 길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노선 갈등을 크게 '견제야당론'과 '선명야당론'의 갈등으로 보고 있다. 전자는 '한나라당 반대'를 모토로 반한나라당 세력을 모두 끌어안아 곧 여당이 될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후자는 '신자유주의 반대'를 모토로 시민사회 세력 등을 끌어안아 이명박 정부 들어 더욱 가열차게 추진될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반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손학규는 전자에 속하며 아마 손학규가 신당의 대표가 되는 것으로 지도부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예상한다.

견제야당론으로의 봉합은 결국 신당을 탄핵 직후 열린우리당처럼 어중이떠중이의 모임으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을 반대한다는 것은 극좌부터 온건보수까지 매우 스펙트럼이 넓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스탠스를 취하지 않는다면 결국 중도 우파 정도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들의 주의주장은 궁극적으로는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과 대동소이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이전보다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므로 남북 평화라는 기치도 이미 빛이 많이 바랬다.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각론에 있어 차이가 있더라도 전혀 다른 제안을 제시할 만한 세력이 되지는 못 할 것이다. 이념적 차이를 차치한다면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도 신자유주의적이었고, 이명박 정부는 그 강화판이기 때문이다. 한미FTA와 관련해 노무현과 이명박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장면, 조중동의 찬양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즉 견제야당으로서의 신당은 (과장해서 말하면) 보수화한 민주세력의 사쿠라 야당에 불과한 것이다.

진정한 대안은 선명야당론에 있다. 10년을 넘어 이제 15년 동안 추진될 신자유주의 개혁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및 빈민층이 설 자리는 없다. 양극화는 중산층을 기반으로 하는 시민사회의 역량을 약화시킬 것이며 거대 기업이 사회 곳곳을 지배하며 무한 경쟁 사회를 조성할 것이다.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복지 체제 내에서 노동자는 어쩔 수 없이 자본가에 얽매여 약간의 당근에 만족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다. 더군다나 그나마 제대로 작동하는 복지제도였던 의료보험마저도 현 정부가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한미FTA가 비준된다면 무너져버릴 수밖에 없는 바람 앞의 촛불인 것이다. 한미FTA로 대표되는 미국식 글로벌화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혜택의 대부분은 한국과 미국의 글로벌 기업에 돌아갈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도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다. 하지만 삼성이 어떤 기업인가? 가장 반노동자적인 기업 아닌가? 다른 대기업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한나라당 반대'라는 기조는 상대적인 것이다. 거기에는 자기 주장이 없다. 이번 대선의 실패 요인 중 하나도 "너희 아니야."라는 메시지만 있지, "그러니 우리다."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었다는 점이다. 뚜렷한 기조와 가치야말로 특정 인물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야합도 없으며, 주요 정책에 있어서 단결하는 당의 모습을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나 신당이 선명야당론의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선명야당론은 개혁성이 강한 일부 초재선 의원들의 외침일 뿐 다수의 주장이 아니다. 손학규 대표론을 반대하는 정대철, 김한길 등도 전혀 진보적인 인물이 아니다. 결국 현재의 세대결은 기조의 차이 없이 누가 선장을 맡느냐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집권세력으로서, 어쩌면 대운하보다도 국가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한미FTA를 통과시킨 원죄를 안고 있는 신당이 어떻게 선명한 야당,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 방법은 분당 밖에 없을 테지만 신당 내의 진보주의자들은 세력이 너무 약하다. 꿈에서나 일어날 일일지 모르겠지만 신당 내 진보주의자들과 민노당 내 평등파가 결집해 진보야당으로 결집하는 것을 희망해본다. 그런 꿈이 이뤄지지 않는 한 나는 언제까지나 무당파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Saru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