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까대보자

백면불록 2008.02.04 14:13
민노당 비대위안의 부결(엄밀히 말하자면 자주파의 수정안 가결)로 민노당은 이제 분당이 코앞에 왔다. 진중권 교수는 "민주노동당은 죽었다"(프레시안 기사 참조)고 선언했다. 뭐, 나도 이런 사태를 보니 짜증이 나서 진중권처럼 한 번 까대는 글이나 써볼까나.

자주파에 대해선 뭐, 할 말이 없다. 이놈들은 많은 사람들이 까대주고 있으니 굳이 내가 더 말할 필요 없을 것 같다. 다만 이번에 자주파 수정안에 찬성한 당내 제3세력(?)이라는 '다함께'라는 애들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한 번 떠올려본다. '다함께'란 이름은 복학 후 학교에서 처음 들어봤던 것 같다. 얘들은 뭔가 학교에서도 비현실적인 주장을 일삼으며 그나마 당면 현안에 대한 현실적인 투쟁을 하려는 학생회 지도부까지 싸잡아 비판하면서 지들만 옳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곤 했다.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길이 아니면 모두 잘못된 것이라는 녀석들, 역시 이번엔 자주파에 붙었다. 아마도 독재 인권탄압 북한을 옹호하는 자주파보다도 시장경제를 인정하는 평등파가 더 싫었나보다.

암튼 곧 비이성적인 사람들 제외한 새로운 진보정당이 탄생할 것 같다. 이제 내가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이 생기려나? 한나라당도 노무현도 싫은 사람이 갈 곳을 마련해달라.

난 역대 대통령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 북한 문제에 있어선 DJ의 방책이 가장 옳았고 그가 직접 실천을 했기 때문이다. 체제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으면서 서서히 개방을 유도하고,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 이게 가장 옳은 길이며 노무현 정권 들어와서도 이 기조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북한과는 담쌓고 살아야한다는 극우 세력이나 북한 정권이 옳은양 여기는 주사파나 다 틀렸다. 평화로운 통일을 위한 길은 DJ의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은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잘 깔리고 다져졌다. 이제 이명박 정부도 그 길을 크게 벗어날 순 없고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 물론 북핵 문제도 주변국들과의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가야겠고 말이다. 다들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강조한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어떠한 무력 도발도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서해교전 때도 강경대응한 것이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가 이런 점에 있어선 무딘 이미지가 강했다. 북핵 문제가 악화된 건 김대중 탓이 아니라 노무현 탓이라고 본다.

난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도 존경하지 않는다. 아, 솔직히 말해 존경하지 않는다. 김대중 지지자니 노무현 지지자겠거니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나 신자유주의 정부였고 강력한 재벌 개혁도 하지 않았으므로 내가 지향하는 정부는 아니었다.(들은 말인데 현존하는 상당수의 재벌 규제는 김대중 정부 초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들어와서 만들어진 실질적인 재벌 규제는 단 한 건이라고 한다. 바로 금융회사의 비금융회사 의결권을 15%로 제한한 것이다.) 그렇지만 노무현 정부가 더 나쁜 것은 그들이 마치 재벌개혁을 할 것인양, 아주 진보적인 체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놓고선 아무것도 안 했다.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현 정부가 "정책 차별화 스스로 포기... 평가할 게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해결한다면서 집값만 올려놓았다. 삼성특검 때도 어물쩍거렸다. 재벌개혁 하겠다고 자기 입으로 말해놓고 말이다.

미선이, 효순이 등에 업고 당선돼서 미국에 큰소리 치겠다고 해놓고 이라크 파병했다. 김선일 씨 죽어가는 데도 파병 철회할 수 없다고 먼저 발표했다. 결국 손도 써보지 못 하고 국민 한 사람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그러더니 한미FTA까지 체결하면서 미국에 경제적으로까지 종속되려고 한다. 어이쿠나, 조중동이 칭찬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대중 싫어하는 사람들은 김대중 보고 거짓말쟁이라고 하지만 진짜 거짓말쟁이는 노무현 아닌가?

진보의 탈을 쓰고 진보 세력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FTA나 한나라당 정권이 추진했으면 단결된 저항을 보여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노무현이 추진해서 저항이 흐지부지됐다. 진보 이미지를 쓴 노무현이 하는 바람에 진보적인 사람들도 긴가민가했다. 동시에 언론탄압이 자행됐다. 요새 대운하나 영어교육 토론회 때 반대파 의견 묵살하듯이 한미FTA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철저히 묵살됐다. 그나마 생각있는 사람들은 노무현을 떠났다. 한때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정태인 교수는 요새 한미FTA의 문제점 강연하러 다닌다.

진보세력도 파탄내고 당도 파탄냈다. 정권은 극단적 친재벌 신자유주의 정책 펼 것이 뻔한 이명박한테 넘겨줬다. 뭐, 돈 안 드는 선거 풍토 만든 거, 그거 하나 인정한다.

이제 정권말. 아무것도 안 하나보다. 필요한 말도 안 한다. 거슬리는 말은 계속한다.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 솔직히 문제 많다. 통일부 존치돼야하고 여성부 아직은 필요하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러저러하니 존치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라고 이성적 논의와 타협을 이끌 수 있는 발언 하지 않는다. 대놓고 거부권 행사한다고 으름장 놓는다. 끝까지 싸움붙이기 논리다.

로스쿨 선정, 정말정말 문제 많다. 근본적 문제는 무엇인가? 정원 2천명이다. 정원 3천명, 아니 그 이상으로 늘려서 여러 대학에 주어야 한다. 근데 쌩뚱맞게 경남에 대학 선정 안 된 것만 트집 잡는다. 자기들 정치적 기반이 경남이라서 그런 걸까? 노 대통령님 고향이시죠? 청와대 있던 분들 경남에서 출마 많이 하시나요? 한 비서관은 자기 덕분에 원광대가 선정됐다고 한다. 아, 로스쿨 선정은 총선용이었던 건가? 그런데 경남에서 선정이 안 돼서 뭔가 틀어졌다고 느낀 건가? 더 중요한 총정원은 왜 얘기 안 하나? 아니, 그럴 생각이었으면 진작 얘기했어야겠지. 이래서 무슨 법조계 개혁이 이뤄지겠나? (조선대는 왜 거론 안 하냐? 전남이 그렇게 싫더냐? 민주당 애들이 싫으니 그 지역도 싫어보이나 보지?)

진보인사들 다 떠난 노무현 정권 후기에 청와대 있었던 놈들, 총선 나오기만 해봐라. 절대 안 찍어준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님, 어서 청와대를 뜨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적도 뚜렷해지지 않는가? 표리가 일치하는 이명박 정부랑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


*P.S. 대놓고 감정적으로 써서 글이 깔끔하지 못 합니다. 그리고 로스쿨 선정과 총선 문제는 순전히 제 추측입니다. 하지만 청와대가 근본적인 문제는 제쳐놓고 매우 지엽적인 문제만 거론하고 있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Saruman